[현장 카메라]5년간 50조 투입 도시재생사업…실태는?

2020-10-13 20

낙후된 동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해주는 ‘도시 재생’사업이 전국 곳곳에서 진행 중입니다.

무려 50조가 넘는 예산이 들어가는데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정작 주민들은 반기지 않고 있습니다.

그 속사정을 김철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현장카메라 시작합니다.

[리포트]
여기 오래된 동네가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해서 동네를 바꿔준다는데 정작 주민들은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왜 그런지, 현장으로 갑니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지난 2015년부터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투입된 예산만 140억원.

올해 말 마무리를 앞두고 동네가 나아졌냐고 물었습니다.

[백종열 /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뭣하러 했냐고 다 불만이죠. 도시재생 사업을 하면 좀 아름답고 살기 좋아야 되잖아요. 주거환경이 나아지거나 이런 게 없어요. 차도 못 들어가는 그 골목에다가 집수리만 해놓으면 뭐하냐고"

한 주택 안에 수십 세대가 모여사는 이른바 벌집도 그대로입니다.

변기만 있고 세면대 하나 없는 열악한 화장실도 여전합니다.

“보통 20-30년이 넘은 집입니다. 얼마나 낙후됐냐면요. 길을 걷다보면 공용 화장실이 도로와 맞닿아 있습니다.”

달라진 게 없는 건 아닙니다.

주민 쉼터도 들어섰고, 집 수리비도 일부 지원됐습니다.

올해 경우 도로 정비 등 시설비에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됐습니다.

이 정도면 기존 SOC 사업을 활용해도 됐다는게 주민들 생각입니다.

[동네 주민]
"골목 조금 깨끗해지고 그런데 1천억 원씩이나 그게 들어가나? 워낙 노후화 돼서 조금 페인트칠 해가지고는 안 돼. 어디 창문 하나 바꿔서 될 일이야?”

이번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채택된 도시재생 사업은 5년간 50조가 투입돼 대폭 확대됐습니다.

최근 3년간 전국에 265곳이 선정됐는데 차라리 재개발을 허가해달라는 요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성남시 태평동은 두 가지가 한꺼번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3동은 재개발 예정, 2, 4동은 도시재생인데 주민 반응은 극과 극입니다.

[천영태 / 경기 성남시 태평동]
"옆에 1, 3동은 재건축 하겠다 해서 분위기가 좋아졌잖아요. 근데 바로 옆에 있는 우리는… 앞으로 주민들 반발이 굉장히 심할 거예요.(짒값이) 떨어진다면 주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구영식 / 경기 성남시 태평동]
"지금 나쁠 거 없잖아요. 재개발 되면 좋죠. 나도 아파트 가서 한 번 살아보고 싶습니다.”

구도심을 정비해 경쟁력을 살린다는 취지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태희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
"주거 환경이 매우 불량한 경우에는 철거형 (재개발) 방식이 더 적합할 수도 있는데요. 주민들이 만족할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지역 환경에 맞게 방식을 유연하게 정해야 합니다.”

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서울 금천구 박미사랑 마을은 주민참여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충분한 소통을 거쳐 공동 육아와, 담장 허물기 사업등을 추진하면서 마을이 살아났습니다.

[유영님 / 서울 금천구 시흥동]
"지저분한 게 좀 정돈이 됐다고 할까? (마을회관에) 연세드신 분들이 노래도 하고 거기서 많은 것을 즐기고 있어요."

“아파트로 마무리되는 재건축과 달리 도시재생은 지역마다 특성을 살린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도시재생을 선정한다면, 지역 주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 설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현장카메라 김철웅입니다.”

woong@donga.com
PD : 김종윤 석혜란
영상취재 : 권재우